'좋아하는 건 귀로부터 시작하고

사랑하는 건 눈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좋아하다 싫어지면 귀를 막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랑은 눈을 감아도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사랑은 눈을 감아도 눈물이 나는 것,,,,,

가을은 사랑이 절실한 때, 말짱했던 사람도 까닭모를 처연함이 가슴 끝을 적시기 일쑤다.

보고파, 보고파서 눈시울 젖게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리움이 느닷없이 솟구치는 바람에 어찔어찔하여 마음속 파동이 좀체 잦아들지 않는 계절.


금빛 햇살이 참깨처럼 오소소 쏟아지는 구월 스무날에

'톡'하고 퉁겨나온 콩깍지같은 마음으로

속리산 너른 품속인 보은 그리고 상주를 찾았다.




신라의 난공불락 요새, 삼년산성.

벽돌을 쌓기라도 한듯 촘촘한 매무시로 쌓은 거무스름한 석벽은 장대함에 말을 잃게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까마득하고 아슬아슬한 높이로 능선을 따라 일렁인다.

이 견고함을 이루느라 3년 동안 찝찔한 땀을 숱하게 닦았을 이들의 노고와 그 집념이 눈물겹다.



얼렁뚱땅 해치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삼년산성에 와보라.

성 안의 군사가 급작스레 출동할 때 수레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지방돌에 파놓은 홈이며

납작납작한 점판암계의 판돌을 밑바닥에 기초를 단단이 해두고 한켜씩 엇물려 쌓은 저 야문 손끝.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한 켜는 가로로 쌓고 다음 한 켜는 세로로 쌓아 무게가 고르게 퍼지게 했다.


어디 한 군데 허투루 볼 수 없는 것이 벽에 뚫린 수구좀 들여다봐라.

사다리꼴 모양에 아래쪽 모양은 성벽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층단을 이루며 높아진다.

수구바닥은 끝이 성벽보다 조금 더 튀어나오게 해 쏟아지는 물이 성벽을 타고 번지지 않게 땅으로 떨어지게 했다.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여 찬찬이 살피고 단속하듯이 섬세한 손길이 곡진하다.



임한리 소나무숲에는 댄서의 소나무들이 리듬을 타고 있다.

청징하고도 결곡한 소나무의 몸에 기대서니 뻣뻣했던 정신이 노글노글해진다. 나의 호흡이 차분해진다.

솔향기 파~ 퍼지는 숲에서 올려다 본 바다빛 하늘에는 쑥버무림처럼 맛있어 보이는 구름이 몇 점 떠돌고,,,

정지 버튼 누르고 마냥 머물고 싶은 순간, 순간들.



아, 가슴속의 셔터를 쉼 없이 터트리고 싶은 원정리 황금들녘 느티나무여!

내 삶에서 1초 1초를 떼어내는 듯한 시곗바늘을 고장내 놓고 슬로우 슬루우 무르익고 싶다.

소리없이 그윽하게, 고즈넉이 스며들고 싶다.

가르마같은 저 길을 고요히 걸으며 해질녘까지 해찰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늘에서 똑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빛 들녘, 금빛 햇살 퍼지는 언저리쯤에 치마폭만한 흙땅 빌려

납작한 지붕, 낮은 처마가 있는 집 짓고 사랑하는 이와 갓맑게 살 수 있다면,,,,,

개구리 울음 글썽해지는 계절이면 숨길 것 없이 같이 글썽해지면 될 것이고

배가 홀쭉한 달이 뜨거나 노란 살구같은 별들이 후두둑 쏟아지는 날엔

밤잠을 축내고 밤하늘바라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다정다감한 어머니같은 원정리 황금들녘의 따스한 웃음 입가에 물고

귀밑볼이 홍시처럼 발개지는 사랑 키우며 곱디곱게 늙어갈 수 있다면야 인생이 서럽지 않을 것 같은데,,,,



살붙이 같은 사람들이 그립거든 황금들녘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삶의 무늬를 짜느라 녹록했을 짭조름한 이야기 살갑게 들어주고

저녁놀을 함께 베어먹으며 깔깔거리고 부등켜안다 보면 슬픔도 고단함도 따뜻한 눈물이 되겠지.



수놓은 밥상보를 펼쳐놓은 듯한 단지님 댁 뜰 풍경.

입속에 박하를 깨문 듯한 싱싱한 느낌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다.

장독대, 풍선덩굴, 표주박,,,,,눈앞에 있는 아늑한 것들이 단번에 내 마음을 앗아간다.

한가로우면서도 차분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소소한 사물들이 비에 젖어서인지 더 청초하게 다가온다.

안에서 통유리로 바라보는 바깥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깨끗하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았어도 네모 모양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한 편의 詩이고 한 장의 그림이고 눈물의 기도인 것을.



단지 님의 상냥하고 순박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밀화빛 따사로움이 묻어난다.

흙의 살결, 항아리의 웅숭깊음을 그대로 담은 얼굴빛,

그가 누가 됐든 마음상처는 다 꿰매주고 기워줄 것 같은 온화한 분,

그러면서도 묵묵히 햇볕을 견디는 장항아리같이 구숫하여 말을 아끼는 분이다.

음음, 단지님 가까이서 지내며 그 겸허한 모습을 갓난애기 속눈썹만큼이라도 닮고 싶어라.

연약해 보이면서도 포도씨처럼 야문 단지 님의 손끝은 된장맛 내기에 장인정신으로 빛을 발한다.

신의터 농원 단지님표 된장을 한 번이라도 밥상에 올려본 사람이라면 그 깊은 맛을 알리라.



내가 세상에 태어나 두 번째 먹어보는 단지님 댁 맘마.

이토록 맛깔스럽고 담백한 반찬을 날마다 먹으면 뱃속은 물론 내 영혼까지 뽀드득거릴 것 같아^^

속이 깊고 그윽한 분의 손길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같은 재료같고도 맛의 깊이가 달라.



포도밭에서 쓰는 편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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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특별한 느낌인 걸요.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땅 속살까지 적시게 떨어지니

내 가슴은 숨 쉬는 건반이 되어 고운 선율을 이루네요.

쪼그려 앉은 종아리만 진득하게 견뎌준다면

해저녘 쑥빛 어스름까지 이대로 포도밭 여자가 되어 시간을 물들이고 싶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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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빗소리 들으며 먹는 탱글탱글한 포도알은 까무러치게 달디단 맛이에요^^*



정이품송, 황홀한 경탄이다.

600년 동안 계절의 풍상을 견디고도 푸르디 푸른 빛깔 잃지 않으려면

저토록 담박한 기품을 간직하려면 얼마나 많이 침묵하고 인내해야할까.

찬비 몇 방울 맞고도 고뿔걸려 신열에 엄살을 떠는 나는, 도대체 뭔지,,,,,참말 부끄러워.


ㅠㅠㅠ.

모놀님들께 찐하고 찐한 연애편지로 76차 답사후기 마치려고 가슴 뜨뜻하게 불 지펴놨는데,

한사코 내 컴을 써야겠다고 옆에 버티고 있는 방해꾼이 있어 증말 밉다요!

치사빤쑤, 어서 내 노트북 장만하여 씨옥수수같은 별이 뜬 밤 옥탑방에서 말랑말랑한 연애글 실컷 써야지 원.

<위의 사진 중 날보고 보듬어 달라고 하도 느낌으로 보채기에
몇 장은 허락없이 모놀 님들 사진을 쓰게 된 것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