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집을 비웠다가 돌아 왔더니 집에는 할 일이 쌓여 있었습니다

죽을 만큼 아프기 전에는 무슨일을 하면 벼락같이 했습니다.

밤을 세워서라도 하고 밥을 굶고서라도 하고 남에게 잔소리들을 짓을 안했지요

하지만 아프고 낫더니 그런것은 다 소용없이 저를 괴롭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렇게 안달을 안합니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일하고 싶으면하고.....

남편은 마당에 포크레인으로 정화조작업을 다 해놓고 효소창고 지을 터를 닦아 놓는등

혼자 일을 많이 해 놓았습니다.

효소창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을까를 의논하다가 점심때가 다 되어 상주에 있는 단지 님 댁을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단지님은 집을 지으면서 지하에 토굴처럼 창고를 지으셨는데 글 올리신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언제나 일을 보려고 나서면 겸하여 효율적인 일을 함께 하는데

반시간쯤 돌아 가기는 하지만 소백산 옛길을 넘어

봉화와 예천을 거쳐 가는 길을 잡았습니다

해발 1000m가 넘는 마구령에는 잔설이 많이 남아 있었고

멀리 영주시내가 발 아래로 보였습니다.



지나는 시골장에서 겨울에 묻어 두었다가 꺼내 쌈배추를 파는 난전에서 기웃거려도 보고.....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님이 사시는 동네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이 되는 신의터재라는 곳입니다.



귀농11년차라는 단지님댁 그리고 열심히 가꾸어 온 장단지들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지요.

저와 같은 케이스로 신장이 안 좋아서 스스로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먹고자 귀농을 하였고

그것을 실천하고 계신 단지님의 귀농터는 그 부지런함 만큼 빛나고 있었습니다.



직접 지으신 집의 대문이 정겹습니다.

저를 아는 많은 분들이 만나 보기를 늘 권하였던 귀한 분인데 일전에는 교육중에 잠깐 만나서

이야기를 별로 못 나누었습니다.



유기농은 물론이고 멋진 음식솜씨로 점심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청국장에 삼겹살을 일부러 넣어 주셨다구요.

앞에 있는 것은 야콘효소를 담고 남은 것으로 만든 야콘장아찌 알캉살캉한 참외장아찌 들깨를 넣은 버섯볶음

다시마와 배추쌈 등등 모두 다 너무 맛나서 밥을 덜어 놓았다가 다시 가져다 먹었답니다.



거기다가 직접 농사지어 담그어 둔 포도주를 한잔 주셔가지고 혼자 다 먹은 얼굴을 해 가지고

먹은 것이 상상이 되지요.



티타임에 직접 구우신 식빵을 곁들여 주셨는데 식빵써는 단지 님의 손을 보니

참 특이하고도 큽니다.



일 잘하고 음식 잘하기로 소문이 난 단지 님

저도 일하는 손으로는 둘째가라면 섭섭한 손인데 옴마나~



ㅎㅎㅎ 이렇게 큰손 보았어요?

제 손 보다 두마디는 더 큽니다

이런 큰 손으로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는건데요 ~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큰손과 작은 손 일하기 좋아하는 손을 잡구요.

우리집에 있는 거의 모든것이 단지 님네도 있어서 3년 묵은 열매식초를 가지고 갔는데

아주 맛있다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가르쳐 달라고 하셨는데 말로 몇마디 하니까

<음 뭔 말인지 알아~>

했지요

저도 일전에 단지님이 묵나물을 가지고 장아찌 담는 법을 구두로 설명을 해 주셨는데

맛있게 성공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주셧는데 처음으로 해 본 사람을 만났다고 좋아하셨지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방법을 서로 말만하면 뭔말인지 금방 알아 들으니

밤을 새워 이야기를 해도 할 말이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오늘의 목적인 토굴창고를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무렴과 단지님 옆지기께서 창고를 이런점은 잘 되었고 잘못 되었고를 이야기하니

아무렴도 <뭔 말인지 알았습니다>를 연발했지요.

귀농동기도 같고 유기농농사를 하는 애로점이며 화학비료를 안쓰고 대체해서 쓰는 것들의 관한 이야기에서도

서로 조금만 설명을 하면 뭔 말인지를 알아차리고 애로점도 알게 되니

10년은 함께 해 온 친구며 동지 같았습니다.




일전에 단지 님이 카페에 올리셧던 닭장,

다섯시도 안되었는데 닭들은 벌써 횃대위에 올라 앉아 있고

암탉 한 마리는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단지 님도 저도 화장도 안했지만 기념사진을 찍느라 두 남자분들의 주목을 한참 받았습니다.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의 건강함을 알고 서로의 마음을 알면 되는 것이겠지요.

두 집의 네사람의 생각이 너무나 같은게 많음에 놀랐습니다

우리 식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생태까지도

염려하고 아끼는 마음 누가 알아 주지 않더라도 내 가족부터 정직하게 농사하고 먹거리를 생산해 내는

마음이 같아 흐믓한 만남과 이야기들, 뭔 말인지를 서로가 너무나 잘 알아서 행복한 만남

단지 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둘 다 털신신은 모양새도 똑 같지요



돌아오는 길까지 야무지게 보내려고 낙동강변의 삼강나누터 주막으로 힘껏 달렸는데

이미 해가 져서 사진은 제대로 못 찍었습니다.

주모가 국수 한그릇 먹고 가라고 애타게 부르는데,

아무렴은 눈짓을 하고 차로 달려갔습니다

뭔 소린지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