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기상시간은 아침 여섯시이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서 잠꾸러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슬며시 잠이 저만치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침 다섯시쯤이면 잠에서 깨어나 이리뒤척 저리뒤척 더 자야지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해서 나도 빨리 나이가 들어 잠이 없어지기를 바랬는데

잠을 자도 잔것 같지 않고 작은 인기척에도 잠이 깨어 하루 왼종일 멍~하다보니

그 때 그 시절이 너무 그립기만 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몸을 풀고 텃밭 명상을 한다.

제일 먼저 호박밭으로 가서 야드르하게 영근 호박 몇 개를 따고

이제 막 색이 붉어지는 토마토를 따고

가지도 따고

오이도 따고

장아찌를 담그려고 몇 그루 심어둔 아삭이 고추도 오늘은 제법 땄다.

현준이 피자 만들어 주려고 심은 피망도 제법 굵었네..

아침 샐러드용으로 상추와 쑥갓 민들레 크로바 잎도 몇 장 따서

이슬 묻은 슬리퍼를 탈탈 털며 현관으로 들어선다.

감자를 굽고 샐러드와 미숫가루로 아침상을 마련했다.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것들로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이시간이 내 생애에 주어진 모든 시간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현준이 아빠가 좋아하는 옥수수도 며칠 후면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웃음이 빙그레....



집 앞 솔밭에 중학생이 된 현준이가 뻗치는 힘을 발산하도록

샌드백과 철봉을 달아 주었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샌드백을 못살게 구는 현준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빙그레.....



공사장에서 쓰는 안전망을 얻어와서 그물침대를 만들었다.

현준이 아빠와 한나절을 씨름하여 만들었는데 제법 튼튼하고

편안해서 서로 차지하려고 하던 그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빙그레....



솔밭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보금자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웃음이 빙그레....



닭장으로 내려가 닭 모이를 주고 알 두개를 꺼내들고 넘 행복해서 웃음이 빙그레....



지난 봄 새로 지은 우물 지붕위로

시리도록 하얀 달빛에 새악시 우유빛 엉덩이처럼 봉긋봉긋 매어달릴

박덩이를 생각하니 웃음이 빙그레.........



연두 빛 풍선이 조롱조롱 매어달린 풍선초가 박녕쿨에 질세사

위로위로 뻗어만 가고....



닭장위에는 호박 넝쿨이...

우물 지붕위에는 박 넝쿨이...

오~ 주님! 참으로 많이도 주셨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무수히 쏟아주시는 당신의 은총으로

저의 오늘 하루가 이렇게 풍요롭고

저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합니다.



잎 , 꽃 , 열매 그 어느것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 호박처럼

저의 삶도 타인을 위하여 쓰임새가 많은 삶이 되게 하소서.....



저희집 우물 지붕위에 대박이 영글었어요..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도 아닌데...

저 박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서리가 오기까지 더 영글면 억수로 커질텐데

흥부네 톱을 빌려다 켜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한가위 대 박 터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