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내린 서리피해로 움추렸던 포도들이 다시 싹을 내밀더니 제법 쑥쑥 자라났다. 비록 포도 송이는

작고 보잘것 없지만 말라죽은듯한 가지속에서 어느새 파란 잎들이 밭을 가득 채우니 내 마음도 가득 차고

온 세상이 가득 차 오르는 기쁨이 샘솟아 오른다.

현준이 아빠는 노루골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나는 포도밭에서 포도가지 결속과 덩굴손을 자르는

일을 했다. 혼자서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다가 묵주기도를 하다가 생각속으로 빠져들기도 하면서

포도와 결투를 하고 있는데 현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에요?" "응, 포도밭..."

"엄마 오늘은 그만 하고 오세요." "알았다 조금만 더 하고 갈께..."

마지막 세고랑남은것을 마무리 하려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데 현준이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아.. 빨리 와~~~아. 이~~이~~~"

나는 속으로 이녀석 중학생이 되어서도 이렇게 어리광이야.

배가 많이 고픈가? 마지막 한고랑 남은걸 다하고 가려다가 그만 남겨두고 집으로 향했다




진한 장미꽃 향기가 코끝을 스쳐 되돌아 보니 포도꽃이 하나 둘 피어 올랐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벤트를 암시하는 문구가 나를 맞이했다.

"?의 종이 화살표데로 오세요 ~"

중학생이 된 녀석이 맞춤법도 안 맞고~~~어휴~~~

화살표는 거실을 지나 주방을 지나 안방을 거쳐 이층 계단 앞에서 좌측으로 ....





그곳은 바로 현준이 방 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컴퓨터 앞에 있던 현준이가 활짝 웃으며 컴퓨터를 클릭~~~

멋진 축하곡이 울려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