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보름 가까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꼭 이렇게 많이 내려야만 여름이 가는걸까?

해발 300m의 높은 고지에 자리한 이곳은 9월 중순이 되어야

포도가 익어간다.

이제 막 수확을 앞두고 있는 포도들이 긴 가을 장마 때문에

포도 알맹이는 밤송이처럼 쩍쩍 벌어져 단물이 줄줄 흐른다.

농부의 가슴은 쩍쩍 벌어져 핏물이 뚝뚝 흐른다.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기 위해

손으로 벌레를 잡고

포도나무 껍질을 까고

미생물을 발효시켜 시비를 해주고....

그 많은 날들의 수고로움이 빗속으로 잦아 든다